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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배달부/나의 인생에서 하나님은

노목의 교회 이야기 (1) 교회에 처음 가던 날

by 노목 2020. 10. 24.

 

 

나는 교회가 좋았다.

처음 발을 딛는 그 순간부터, 교회는 나에게 깊은 사랑의 향취를 풍겨내기 시작하였다.

 


 

중학교 2학년의 어느날 봄이었다.

학교를 마친 나는, 친구와 함께 놀러갈 생각을 하며 친구와 함께 집에 잠시 들렀다. 당시 나의 부모님은 연지동 시장 골목의 지하에서 그릇을 팔고 계셨을 때였다. 우리 가족의 집은 그 가게에 딸린 방 한칸이었다.

 

집에 책가방만 놓고 다시 나가려 하였다.

친구와 함께 방에 들어가니 어른들이 계셨다.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로 이모와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쳐다보니, 이모가 내 손을 붙들어 자리에 앉혔다. 자리에 앉았을 때에도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친구도 그냥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들은 찬송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으니, 이모가 밀어주신 성경책을 바라보며 그냥 입을 벙긋벙긋 하였다. 함께 앉은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한 곡의 찬송을 부르고, 짧은 말씀이 끝났다.

어른들은 일어서서 나갔다. 한 삼십분도 진행되지 않은 짧은 예배였다. 그러나 무슨 감정이었을까, 어린 나는 어른들이 나가자마자 그 자리에서 통곡하기 시작했다. 주체하지 못하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나는 왜 우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나는 그 자리에서 한시간 가까이를 계속 울었다는 사실이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같이 놀러가기로 했던 친구가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상황이 미안할 뿐이었다. 영문을 모르도록 터져나오는 울음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나는 그 주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였다.

 

나의 어머니는 처녀때 회심한 그리스도인이셨다.

그러나 결혼 후, 주정뱅이 아버지의 탄압을 견디지 못하여 십여년동안 교회에 다니지 못하고 계셨다. 어머니께로부터 전도를 받아 복음을 알게 된 우리 이모가 우리 가정을 위해 계속 기도해오셨고, 그 때에 마침 전도사님과 권사님들이 우리 집에 심방을 오셨다. 그리고 우연히 나는 그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왜 우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 어머니는 나의 변화를 눈치채시고는 아무 말 없이 교회로 인도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중학교 2학년때 교회에 처음 발을 디뎠다.

 


 

아직도 나는 교회에 처음 도착한 날, 화창한 봄에 아스라이 어린 그 햇살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우리 교회는 당시 부산에서 좀 큰 교회였다.

그 곳에는 남루한 행색의 장애인 아저씨가 입구에 서 계셨는데, 그분은 내가 교회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었다. 그분은 권투선수로 살다 장애를 입고 교회에서 새 생명을 얻게 되신 분이셨는데, 그 아저씨는 나를 보자마자 나에게로 다가오셨다. 곱추에다 이상하게 생긴 아저씨가 나에게로 다가오니 어린 나는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그러나 그 아저씨는 나에게로 다가와 밝게 웃으며 손을 건넸다. 아무 말도 없이.

 

악수를 청하는 그 손을 받아 쥐었다.

그 손 안에는 자그마한 가나 초콜릿이 숨겨져 있었다. 내가 갑작스러운 초콜릿을 받아 쥐고 놀라자, 아저씨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교회에 처음 왔구나? 내가 데려다줄게, 몇 학년이니?" 아저씨는 나를 데려다주며 연신 밝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린 나는 잠시나마 그 웃음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 저런 남루한 행색의 장애인 아저씨도 밝게 웃을 수 있는 곳이 교회구나.

 

예배를 드리는 내내, 그분의 웃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예배를 드리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엄마에게 교회를 계속 다녀보겠노라고 이야기했다. 행복했다. 왠지 모르게 행복했다. 예배를 드리러 가니 천국이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장애인 아저씨도 웃고 있었고, 나를 맞아준 선생님도 웃으셨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오면서 나도 웃었다.

 

어쩌면 그 때부터, 알콜 중독의 아버지가 자그마한 단칸방에서 내뿜는 찌든 담배냄새보다 더 강력한 사랑의 향취가 내 마음을 적시기 시작했던 것 같다. 방에서는 제대로 쉴 수 없었던 호흡이, 그 날부터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땐 아무것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게 나는 교회를 다니는 것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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